이사장 2026년 신년사
일송학원 모든 교직원 여러분께
2026년 병오년이 밝았습니다.
명리학에서는 천간의 병(丙)과 지지의 오(午)가 만나 ‘붉은 말의 해’, 변화와 도약의 시기라 말합니다. 새해를 맞아 한림의 모든 구성원과 가족 여러분께 새로운 도전과 의미 있는 성취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그러나 올해의 시작은 예년과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세배를 드리고 덕담을 나누며 희망을 이야기하던 새해라기보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출발점에 서 있는 듯 합니다.
기술의 격변이 만들어 갈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고 어렵습니다. 오래전 스크랩을 해 놓았던, 2000년 1월 1일자 밀레니엄 시대를 알리는 매일경제 신문에 실렸던 전면 삽화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21세기를 상상한 만화 속에는 자율주행 자동차, 가정용 로봇, 원격교육과 재택근무, 전자화폐, 맞춤형 출산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25년이 지난 지금, 그 상상 대부분은 이미 현실이 되었습니다. 미래를 예측한다기 보다는 사람들은 상상하는 것들을 노력하여 만들어 내는 듯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사람은 이익보다 손실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처럼 기술이 가져올 밝은 미래만 바라보며, 출산율 감소, 고령화, 사회적 갈등이라는 불편한 현실을 외면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지난 한 해, 일송학원 산하 대학과 의료원에는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우주 발사체에 인공위성을 탑재했고, 해외 유수 대학과의 교류를 확대했으며, 다수의 국가 연구과제에도 도전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모든 성과는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해 주신 교직원 여러분 덕분입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또 다른 25년 후,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을 것인가, 그 시대를 이끌 인재는 어떤 사고방식을 갖추어야 하는가, 한림의 연구와 교육, 그리고 내가 속한 학문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약 40%의 대학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학생 수 감소, 재정 압박 그리고 기술 혁신은 전통적인 대학 교육 모델 자체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습니다.
과거 주산학원을 다니던 시절을 기억하실 겁니다. 계산기가 등장했을 때조차 거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계산기조차 필요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입니다.
일본은 기술 강국이었지만, 과거 시스템에 머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습니다. 최근 방문한 나고야시립병원은 전산 시스템 구축에 3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도 통합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한림대학교의료원 역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 선택은 지금 경쟁력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교육의 축도 바뀌고 있습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시대에서 사람의 역량을 끌어내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평생 한 번 배워 쓰던 산업은 사라졌고, 재교육과 재설계가 삶의 일부가 된 사회로 변했습니다. 이제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정만을 추구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삶은 작은 그림으로 남을 수도 있고, 대담한 질문과 실험으로 하나의 대작(大作)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선택의 기로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선대 이사장님께서 존경하셨던 고 정범모 총장님의 글 중에 ‘교육력’의 중요성에 대한 말씀이 있습니다. 「한국교육, 어디로 가야 하나」, (2010)
인공지능은 한 학생에게 수많은 교사가 존재하는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이는 커다란 변화라는 위기로 느껴지지만, 동시에 사회와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낼 기회라 생각합니다.
2026년, 우리는 지키는 조직이 아니라 도전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한림대학교와 한림성심대학교는 새로운 철학과 사고 중심의 실험과 상상을 허용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교수 중심의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성과, 그리고 환자와 현장을 중심으로 한 효율적이고 통합된 전문성에 집중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최양희 총장님, 문영식 총장님, 김용선 의료원장님을 비롯한 모든 보직자 여러분의 리더십 아래, 한림은 태풍 앞의 작은 촛불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성을 밝히는 횃불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Mighty Hallym”이라는 이름처럼, 힘차고 담대한 2026년을 함께 시작합시다.
감사합니다.
2026년 1월 2일
이사장 윤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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